바닥에서 타오르는 아지랑이도 깜짝 놀라 소란스럽게 흔들린다. 소헌은 기가 차서 능구렁이 같은 놈을 어이없이 쳐다보다가 이내 한숨을 푹 쉬고 도리질을 쳤다. 어제도 실컷 괴롭혔으면서 훤한 대낮부터 못 하는 소리가 없다. 참 낯부끄럽기 그지없었다. “너는 이 웅장하고 역동적인 화려한 세상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장난과 핀잔을 섞어 던져줘도 이 맹랑한 짐승은 ...
*** “후아~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하이고, 간만에 뛰었더니 숨 찬다.” 좌석에 엉덩이를 붙이자마자 창밖의 세상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헐떡이며 호흡을 갈무리하던 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며 푸스스 웃고 말았다. 뛰어오느라 땀을 뻘뻘 흘리건 말건 유로스타는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 역을 유유히 빠져나갔고 대신 푸르른 하늘을 맘껏 보여주었다. “형...
“강채민!” 소헌은 쪼옵- 빨려가는 옷자락을 노려보다가 어쩔 수 없이 채민의 턱밑에 주먹을 받치고 힘껏 밀어 젖혔다. 아프지도 않으면서 윽- 비명을 지르며 머리만 떨어뜨리곤 시무룩한 척 되묻는다. “아, 왜요. 먹고 싶은데. 지금 아무도 없어요. 소리 지르고 싶은 대로 질러도 ㄷ, 아야!” 짝! 이번엔 등짝을 시원하게 얻어 맞았다. 그래, 맞아도 싸지. ...
<[알렉이 핸드폰 바꾸면서 네 연락처 지워졌다고 물어봐서 알려줬어.]> 알렉? 아~ 그 알렉. 채민은 까마득한 옛일처럼 심드렁하게 이름을 떠올리다가 그날 있었던 몽쉘인지 마르셀인지 하는 놈도 생각나 미간을 찌푸렸다. <[G그룹인가 걔네들 연락처 몰라? 그쪽에서 너랑 연락 안 된다고 나한테 왔더라.]> 익숙한 단어에 채민은 소헌을 향해 ...
“어? 오늘 무슨 날인가?” 어제는 칼튼 힐의 신전과 드넓게 펼쳐진 도심 전경을 구경하고 역시나 밤새 채민에게 시달리는 절차를 마친 참이라, 오늘은 느지막이 거리로 나온 두 사람이다. 구시가지 로열마일 쪽으로 내려와 소헌이 보고 싶다던 세인트 자일스 성당을 둘러보고 나오자 의회 광장 속 군중들 사이로 현란한 깃발과 다양한 현수막이 휘날리고 있었다. “아. ...
채민은 소헌의 어깨를 부드럽게 끌어당겨 안으며 밖으로 나왔다. 희한하게 잠잠해진 바람 사이로 눅눅했던 공기도 사그라들어 푸르른 풀냄새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 미안….” 채민은 두 볼을 감싸듯 쥐어 엄지로 눈가를 슬슬 매만지며 말했다. “형한테 금지어 하나 만들어야겠다. 절대 나한테 미안해하지 말기.” “뭐래….” “어?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 난다...
채민은 문장 속 [좋아]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았다. 외면하지 말자. 형이 어린애도 아니고. 이런 걸로 못난 마음을 품어선 안 된다. “…아직도 마음에 있어요?” 그러나 다짐과 달리 스스럼없이 말해 놓고 잇새를 다물렸다. 귀밑 턱 끝으로 힘줄이 미세하게 꿈틀거리다가 사라진다. 다행스럽게도 소헌은 혼자 생각에 잠겨 있느라 그런 채민의 예민한 반응을 보지 ...
유명 판타지 소설의 배경이 될 만큼, 굽이굽이 골목길과 시가지 마다 역사가 깃든 건축물들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음산한 듯 독특하며 묘하게 활기를 띠는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 상상 속 세계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음. 맛이 어때요?” 채민은 단호박인 줄 알았지만 으깬 노란 순무 아래 매시포테이토와...
사나래=사도화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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